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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양심의 행복한 대한민국 / 역사에게 길을 묻다

기자명 : 이규진 입력시간 : 2015-09-09 (수) 17:04

역사에게 길을 묻다

편집주간 오양심

[대한방송연합뉴스]

 휘호(揮毫)나 휘필(揮筆)은 붓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친필 휘호를 선물 받는 사람에게는 글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친필 휘호는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지지자들을 관리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휘호 쓰기를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1년 8월 전투에서 세운 공을 치하하기 위해 ‘無敵海兵(무적해병)’ 이라는 휘호를 해병대 본부에 수여한 바 있다. 1960년에는 ‘사람은 학식이 있고 난 뒤에야 사상과 언론이 자연스럽게 높고 밝아진다.’는 뜻의 ‘人有學識 然後 思想及言論 自然高明(인유학식 연후 사상급언론 자연고명)’이라는 한국 최초의 신년휘호를 썼다.

 

  박정희대통령은 십팔년 오개월을 집권하는 동안 휘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국의 비석과 현판 등에 1200여점의 휘호를 남겼다. 국내외의 외교 활동을 하는 동안 ‘모시는 사람들’이 지필묵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특히 신년휘호는 국민들에게 목표와 수단으로 활용했다. 군사정권 이듬해인 1962년에는 ‘革命完遂(혁명완수)’, 새마을 운동이 본격화된 71, 72년에는 ‘중단 없는 전진’ ‘자율과 능률로 비상사태 극복하자’, 라는 휘호를 썼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에는 신년 휘호로 ‘勤儉節約, 國論統一(근검절약, 국론통일)’을 썼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에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의 ‘經世濟民(경세제민)’이라는 휘호를 썼다. 1990년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은덕과 혜택을 베풀어 모든 생물이 빛난다.’는 뜻의 ‘陽春布德澤 萬物生光輝(양춘포덕택 만물생광휘)’이라는 휘호를 썼다. 그 후에는 ‘祖國統一 世界平和(조국통일 세계평화)’라는 휘호만 썼다. 북한에 협력과 지원을 함으로써 평화적인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햇볕정책을 펼친 김대중대통령의 오직 소원은 통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군 창사 60주년과 육군사관학교 창사 64주년, 해군사관학교 창사 65주년, 육군부사관학교 창사 60주년 등의 군 기관 기념일에 맞춰 휘호를 수여했다. 2011년 새해에는 국군기무사령부에 창설 60주년을 맞아 ‘충성일념 조국수호’라는 휘호를 보냈다. 얼마 전에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에 맞춰 ‘조국수호의 선봉’이라는 휘호를 보냈다. 실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보낸 휘호는 군부대의 자부심과 사기진작에 적잖은 도움을 주어서였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김구 선생님이 쓰신 휘호 중에 ‘良心建國’이 있다. 후대에게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나라를 세우자’는 뜻이다. 오직 애국심으로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며 ‘양심건국’을 쓰신 것이다. 김구선생이 해방직후에 쓰신 이 휘호는 해방 후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승만이 만든 우파, 박헌영이 만든 좌파, 김규식이 만든 중도파로 우리나라는 혼란의 극치였다.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의 휘호가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암흑 속에 묻혀 있는 것도 권력이나 이념의 야망으로 국민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휘호가치는 예술성보다는 정치성과 역사성 그리고 통치자의 통치철학과 성품을 반영한다. 정치가 김구는 애국자로 민족의 지도자로, 국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진심으로, 휘호를 썼다. 우리나라를 세계의 문화강국으로 만들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고 했던 유고를 받들어 모시고 있는 국민들은 김구선생님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 ‘한국어를 세계 으뜸어로 만든다.’는 현판 하나 만들어 놓고 ‘양심건국’의 대를 이을 대통령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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