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102건, 최근 0 건
 

 

[칼럼] 오양심의 행복한 대한민국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

기자명 : 이규진 입력시간 : 2015-09-09 (수) 16:49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

편집주간 오양심

 

[대한방송연합뉴스]

‘뿌리 깊은 나무’는 SBS TV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이다. ‘성군’ 또는 ‘대왕’이라는 호칭이 붙은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世宗, 1397~1450, 재위 1418~1450)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 ‘세종’이 농사를 연구하기 위해 농부 차림을 하고, 똥지게를 지고,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날씨가 추울 때나, 더울 때에도 밤을 새워가며 글을 읽어, 나는 그 아이가 병이 날까 두려워 밤에 글 읽는 것을 금지했다. 그런데도 나의 큰 책은 모두 그 아이가 가져가서 읽었다.”는 태종의 말 한마디는 아들의 어린 시절을 대변해 준다. 세종은 아버지의 염려 속에서도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었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근본 으로 하는 학문 외에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나라를 잘 다스리고 온 세상을 평안하게 함)에 이르는 실천을 과제로 삼았다. 음양철학이나 우주론은 물론 세계관이나 인생관, 자연관을 연구하는 역경과 서경의 경전을 두루 섭렵했다. 역사와 법학, 천문학과 음악, 의학 등으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쌓았다. 경서를 100번씩 읽었고, 한 가지 책을 30번씩 읽었다.

 

세종은 단순하게 책을 많이 읽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 내용들을 비교하고 대조하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다. 하지만 세종은 경전의 문구나 외워 잘난 척하는 학자들에게는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경전의 내용과 이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더 깊은 생각을 하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거듭하여 간곡하게 부탁을 함)를 했다. 모든 학문으로 형이상학적인 경지를 넘나든 ‘세종’은 SBS에서 방영된 ‘뿌리 깊은 나무’ 에 똥지게를 지고 국민 앞에 나타난 것이다. “에라 우라질 놈들아, 인분이 밭작물을 얼마나 자라게 하는지 알아오라고 지시한 게 언제냐. 내가 똥지게를 지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어야 움직이겠느냐? 우라질이 얼마나 내 정서를 잘 표현하느냐” 하며 크게 웃었다.

 

세종은 한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똥지게를 지고, 똥거름을 밭에 뿌리는 농부차림을 선보인 것이다. 개혁을 이끌어 가야할 관리들이 복지부동(伏地不動-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 주어진 일이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몸을 사림)한다고 에라 빌어먹을! 이라는 욕설로 질타를 한다. 또한 세종은 “하례는 왕이라는 이름으로 뭔 놈의 예식이 이렇게 많은지 젠장맞을!” 하며 불같이 화를 낸다. 세종은 맡은 일이 버거우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울기도 한다. 기쁘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즐거우면 즐겁다고, 화가 나면 욕설도 하고 여러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세종의 모습은 어질고 덕이 뛰어난 성군의 이미지를 반전시킨다.

 

그랬다. 지금까지의 ‘대왕세종’은 백성들에게 자애롭기만 한 성군이었다. 안으로는 왕권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중국에 맞서 외교 주권을 다졌다. 한글을 창제하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문화독립국으로 기반을 세운 업적을 강조했다. 세종의 욕설은 ‘뿌리 깊은 나무’의 욕설과는 차원이 달랐다. 평범하고 속되다는 뜻의 ‘용속하다’가 가장 심한 욕설이었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어진 왕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지금 양심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도자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비록 나라의 우두머리지만 위인전 속의 근엄한 인물이 아니라 옆집 아저씨 같은 지도자의 모습을 환영하고 있다. 권위만 내세우는 지도자가 아니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을 국민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c)대한방송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2

언론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양성현 / 편집인:백숙기 / 등록번호 : 서울, 아02046 / 등록일자 : 2012년 3월 22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숙기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11-6 4층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3397-6689 /팩스 02)765-5009

Copyright ⓒ 대한방송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