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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양심의 행복한 대한민국 / 자살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대한민국

기자명 : 이규진 입력시간 : 2015-09-09 (수) 16:47

자살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대한민국

편집주간 오양심

 

 

[대한방송연합뉴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 고전주의 대표자인 요한괴테(1749.8.28~1832.3.22)가 25세에 쓴 서한체(편지형식)소설이다. 연애 문학의 최고봉이며 고전의 꽃이다. 이 책을 읽고 그 당시 자살자가 속출하여 발매금지가 된 문제작이다. 주제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던 ‘부프’를 사랑한 괴테 자신의 경험과 유부녀에게 연정을 품은 친구의 자살 이야기이다.

 

‘베르테르’는 젊은 변호사이다. 상속사건을 처리하러 어느 마을에 갔다가 ‘로테’를 알게 된다. ‘베르테르’는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 눈에 콩깍지가 씐다. 온 세상에 ‘로테’만 존재하고 주위의 모든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베르테르’의 감정은 사랑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로테’에게는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다. 사람에게 절망한 ‘베르테르’의 슬픔은 깊어만 간다. 그는 한겨울에 꽃을 꺾으러 산을 헤매는 미치광이를 부러워하고, 과부를 사랑하다가 자신의 연애 경쟁자를 죽인 하인을 변호한다. 사랑의 실패자들에게서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더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베르테르’는 슬픔의 총탄을 머리에 박아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푸른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입고 자살을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1위국이다. 인터넷 시대에 연예인과 유명인의 자살은 19세기 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된 모방 자살로 ‘베르테르 효과’를 가져온다. '행복전도사, 유쾌한 행복사전’ 등 희망과 행복을 주제로 한 26권의 책을 발간한 ‘최윤희’는 남편과 동반자살을 했다. ‘최진실과 최진영이라는 형제배우가 자살을 했다. 박혜상, 박용하, 장자연, 장다빈, 이은주라는 배우가 자살을 했고, 가수 유주, 유니가 자살을 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이윤형, 조카 이재찬이,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 정몽우 현대알루미늄사장이 자살을 했다. 하물며 노무현 대통령까지 자살을 했다.

 

그중에서 10대의 자살이 가장 많다. 하루 평균 50명이 자살을 하는 중에서 10대 자살률이 1순위이다. 며칠 전 고3 아들의 자살이야기가 매스컴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아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다. 아들은 공부만 닦달한다고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간 방에 둔 채 학교를 다녔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아들은 방 문틈을 본드로 막아 사체의 썩는 냄새가 새나오지 않게 했다. 공부를 잘 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아들의 의지가 약하다며 밥을 주지 않거나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면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했던 일이 들통 날까 봐 불안해하다가 결국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을 했다. 가장의 역할이 어려워 5년 전 집을 나간 아들의 아버지도, 명문대 입시를 행복순위에 맞추어놓은 어머니도, 학교선생님도, 국가와 국민인 우리 모두는 공범자이다. 부조리한 인간의 전형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욕망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100년 전 ‘까뮈’가 써 놓은 불후의 명작 ‘이방인’을 읽고 현대사회의 비극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의 아들과 딸을 품에 끌어안고 울면서 심도 있게 토론을 해야 한다.

 

그렇다. 가장의 역할이 어려워 집은 나간 아버지처럼 대한민국 서민은 지금 날마다 늘어난 가계부채의 시한폭탄 앞에서 살수도 죽을 수도 없어 절망하고 있다. 2011년 11월 29일 동아일보 첫 면에 ‘서민 연체율 6배, 빚 독촉 괴롭습니다.’라는 문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현재 300만 원이 입금되지 않아서 알려드리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언제까지 입금해 주실 수 있나요? 미안합니다. 지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요. 언제까지 갚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24일 서울 구로구의 A금융사 채권 심사 팀 100여 명의 콜센터 직원이 대출금 연체자들에게 상환 독촉 전화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라고 적혀있다. 이 글을 읽으면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고사성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돈을 갚지 않았는데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서요. 하고 주고니 받으니 쉬엄쉬엄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한강에 가서 거북이 등을 타고 용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끝장을 내는 작자들이 은행사채 전담자이고 고리대금업자, 사채업자들이다. 그들은 목소리부터 겁에 질리게 하여 저승사자를 방불케 한다.

 

서울 노원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강씨의 삶도 신문의 같은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2001년 실직한 남편에게 조그만 가게라도 차려주기 위해 은행에서 3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남편 가게는 2년 전 문을 닫고 말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용실도 손님이 줄었다. 수년 전부터 캐피털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아 왔지만 상황은 계속 나빠졌다.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은 대부분 연 30%가 넘는 고리인데다 연체이자까지 쌓여 빚이 1억2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강 씨는 금융회사에 내야 하는 한 달 이자 200만 원을 몇 달째 못 갚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빚 독촉에 시달리는 강 씨의 앞날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서민들은 빚 독촉에 시달려 죽을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있다. 지금 목표와 목적을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은 오직 명문대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대통령이 자살하고, 기업 총수가 자살하고, 멘토가 자살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아이들은 선망이 대상이 누구인지 모른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 무엇이 소중하고 사소한지를 몰라 우리는 아프다. 삶과 죽음, 현상과 본질의 분별력이 없어 인생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마지막 남은 희망을 국가에게 호소하고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자살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이 모진현실을 대한민국이여! 해결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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