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송연합뉴스] “고급스러운 음식을 좋은 분위기에서 맛있게 먹고 계산할 때 부담이 없는, 행복하고 착한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홍대 쿠킹박스를 운영하는 송승근 대표가 레스토랑을 열면서 다짐했던 것은 딱 한가지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가격 부담을 낮춰주자는 것. 그래서 또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경영철학 때문인지 쿠킹박스의 메뉴들 중 대부분은 1만원이 넘지 않는다. 메뉴구성도 알차다. 여타 레스토랑처럼 스테이크부터 파스타, 샐러드, 리조토 등 여러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송 대표가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미트볼, 플랫 브레드, 파스타 종류가 끝이다.
미트볼은 데리야끼, BBQ등의 소스와 치즈, 파인애플 등 부재료에 따라 갖가지 맛을 내는 7개 종류다. 3분요리에서 흔히 접하던 미트볼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진 고기가 충분한 육즙을 머금고 있고 다진 채소가 곁들여져 담백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긴 빵 위에 싱싱한 채소, 다양한 종류의 치즈, 소스 등을 올려 먹는 플랫 브레드도 7가지다. 언뜻 보면 샐러드 피자와 비슷한 비주얼이지만 빵부터 채소까지 더 상큼하고 프레시함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파스타 3종류, 클래식 남부스타일 브런치 3종류 등 식사류는 물론 에이드, 수제맥주, 과일맥주, 와인 등 음료도 다수 판매 중이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점심에는 가벼운 식사를, 저녁에는 분위기 좋은 모임 장소로 다채롭게 변화가 가능하다. 특히 5가지 수제맥주 중 4가지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는 모임은 물론 회식 때도 인기가 좋다. 식사류는 물론 주류 구성에도 송 대표의 열정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쿠킹박스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제가 미국에서 10년간 살면서 먹었던 음식들이에요. 미트볼이나 브런치, 수제맥주, 와인 등 즐겨 먹던 것들을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금 바꿔서 판매하는 거죠. 그래서 외국인 고객도 많이 오십니다.”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처음 문을 열 때는 20~30대를 주 타깃으로 했지만 40~50대는 물론 60대까지도 방문할 정도로 연령층 구분 없이 ‘홍대 맛집’으로 꼽힌다. 특히 오픈한 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맛집 블로거들의 강력추천을 받고 있는 비결은 뭘까?
송 대표는 “소비자들이 음식점을 또 방문할 때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 가격, 분위기 등을 전체적으로 보고 결정합니다. 맛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비싸다거나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두 번 다시 방문하지 않죠. 우리 쿠킹박스의 경우 가격, 맛, 분위기 3박자가 만족스럽기 때문에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자평했다.
쿠킹박스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최상급의 고기와 신선한 채소 등 재료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시중에서 비싼 식재료로 꼽히는 리코타 치즈, 고수, 루꼴라, 청포도 등이 쿠킹박스에서는 기본으로 듬뿍 올려있다. 오죽하면 노준호 쉐프도 “이렇게 운영하다가는 망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고.
미국에서 3년간 공부하고 왔다는 노 쉐프는 쿠킹박스를 통해 송 대표와 연을 맺었다. 송 대표가 미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메뉴들을 한국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도 노준호 쉐프의 노력이 한 몫 했다.
사실 송 대표가 요식업계에 들어온 것은 불과 1년이 안 된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10년간 패션을 공부하고 계통의 일을 선택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레스토랑을 열었다. 뜬금없지만 송 대표의 지인이라면 “열정이 넘치고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송 대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할 정도.
음식이 곧 패션이라고 생각하는 송 대표는 쿠킹박스를 열기 전 제일 먼저 한 일이 상호를 정하고 로고를 디자인한 뒤 상표등록을 마친 것이었다. 대부분 가게 자리를 정하고 식당이름을 짓는 것과는 완전 반대다. 송 대표가 제일 마지막으로 한 일이 매장 장소를 정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인테리어는 ‘A’ 스포츠브랜드에서 근무 중인 딸이 주도했고 식기는 송 대표가 하나하나 구입했다. ‘쿠킹박스’ 상호답게 모든 식기가 네모모양이다. 송승근 대표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매장도 일부러 2층을 잡았다. 분위기와 사람을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기 때문이다.
쿠킹박스를 단숨에 HOT한 매장으로 끌어올린 뒤 승승장구 중인 송승근 대표에게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그는 “레스토랑이 더 잘돼야죠. 그래야 우리 직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어요.” 레스토랑에서는 드물게 주5일 근무를 실현하고 있는 쿠킹박스는 일하고 싶은 레스토랑이기도 한 셈.
송 대표에게는 목표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영세한 예술가를 후원하는 것. 지금도 유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매장 곳곳에 전시해뒀다. 인테리어 효과도 있지만 작품에 관심 갖는 손님들에게 예술가에 대한 홍보도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게 송 대표의 꿈이다.
54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사고를 가진 송 대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는 그. “쿠킹박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대학 전공 후 손에서 놨던 그림도 그리고 싶고 삶의 질을 높이는 아이템 사업도 구상 중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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