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부실인사 논란에 대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는가”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진사퇴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부실인사 논란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문재인정부와 달리 전문성과 능력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하고 있고, 과거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인사와 비교할 때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 민심과는 동떨어진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인사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문제들은 사전에 검증 가능한 부분이 많았다’는 질문에는 손가락을 흔들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박순애 사회부총리에게 임명장을 건네면서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신껏 잘하십시오”라고 당부했다. 박 부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윤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부실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명 40일 만에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위로하는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만취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졌던 박 부총리는 국회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직후 과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 2014년 발생했던 이 사건은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음에도, 송 후보자가 낙점을 받으면서 부실인사 비판은 확산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변명만 늘어놨다”면서 “연이은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하고 인사권자로서 결자해지는 못할망정 민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여권 내에서도 공개적인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선을 두고 전 정권과 비교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더불어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라며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대한방송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