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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수필] 금오도 비렁길의 맛과 멋

기자명 : 오양심 입력시간 : 2017-08-08 (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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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남쪽바다 끝자락 벼랑길을 걷는다. 시퍼렇게 펼쳐진 남쪽바다를 끼고 도는 비렁길은 한마디로 감탄사다. 염기가 서린 바닷바람은 바다 내음과 함께 금오도의 맛을 전해준다. 또 바다 위 벼랑길의 절경은 남해안의 운치다.

 

금오산 정상에서 남쪽바다를 바라보노라면 30여개의 섬들이 보인다. 그 섬들을 금오열도라고 한다. 금오열도 중 가장 큰 섬이 금오도다.

 

예부터 금오도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고 국가에서 직접 관리했던 국유림이었다. 고종황제가 명성황후에게 준 선물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아름다운 섬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라는 별명까지 지니고 있다.

 

금오도를 동서로 구분해보면 동쪽으로는 해안도로가 쭉 펼쳐져있고, 서쪽으로는 빼어난 절경인 비렁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신비로운 섬, 금오도(자라섬)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전쟁 시에는 배를 만들 때, 임금이 돌아가시면 관을 짤 때 사용할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기 위해 금오도 소나무를 자원 시 했다고 한다. 하지만 태풍과 난기류로 인해 소나무들이 쓰러져 기능을 잃게 되자 민간인의 입주를 허용하였다고 한다. 마을을 개방한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게 되어 현재는 연간 25만명 이상정도가 찾는 관광 섬이 되었다고 한다.

 

“비렁”은 순수우리말로 “벼랑”이다. 따라서 비렁길은 여수방언으로 해안절벽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말한다. 어촌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러 다녔던 생활터전의 길이였다. 2010년 이후 “금오도는 풍광이 빼어난 섬이다.”는 소문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관광지로 급상했다.

 

지난달이었다. 필자의 지인들과 금오도 비렁길을 걸었었다. 제1코스인 함구미를 역으로 도는 코스를 선택했다. 경사도가 조금 심했지만 금새 정상인 비렁길 코스로 접어들었다. 쉼터가 있는 평상가계에서 얼음과자를 먹고 냉 막걸리를 마시는 맛은 일미였다.

 

트레킹이 시작되자 지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감탄사가 절로 쏟아졌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면서도 고되다는 말은 없었다. 그저 비렁길의 풍광에 사로잡힌 낭만시인들이었다.

 

미역널방에 접어든 지인들은 나름대로의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는가 하면 비렁길의 맛과 멋을 느끼기 시작했다. 푸른 파도가 밀려왔다가 벼랑에 부딪쳐 부서지면서 포말을 일으키는 풍광은 각박한 삶을 달래주는“여유”를 갖게끔 했다. 또 벼랑과 벼랑사이를 잇고 잇는 비좁은 비렁길은 전설 같은 이야기꾸러미를 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애비(아버지)들이 지게에 땔감을 지고 다니면서 내품는 한숨소리와 애미(어머니)들이 이마에 미역을 이어 나르는 푸념소리가 파도 따라 철썩거리다가 말없이 부서지는 듯 서글픔이 베어 있었다.

 

비렁길의 절경에 취한 지인들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금오도 송고식당을 찾았다. 금오도에서 교장을 지냈다는 지인의 안내로 찾은 “송고식당”의 점심식사는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백미였다. 부얶에서 직접 막걸리로 발효시킨 식초를 사용해서인지,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아나고 회를 비롯한 바닷 고동과 해초류 그리고 찌개는 지구촌음식 중에서 최고의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관계상 비렁길 2,3,4,5코스는 봉고차로 도는 체험을 했으며, 연육교를 통한 안도체험 역시 일품이었다. 기러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雁島라했지만 지금은 편안한 섬, 安道로 불리뤄지고 있다고 한다.

 

주 관광 장소로 용두바위와 미역바위, 굴등 전망대, 촛대바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말 그대로 용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불린 용두바위에서는 고흥반도의 나로도 우주센터를 전망할 수 있고 우주선발사 장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또 다른 명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금오도 비렁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슬아슬하게 깎아 세운 해안절벽 사이사이 길에서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러 다녔던 아비들의 애환과 미역널방에서 미역을 널고 말려서 이고 다녔던 어미들의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금오도 비렁길은 남해안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광이다.

 

아무튼 사시사철 새로운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금오도 비렁길과 안도의 천연스러움은 맛과 멋이 어우러진 지구촌의 절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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