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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수필)남바다 붉새의 믿음을 알까?

기자명 : 박창화 입력시간 : 2017-03-14 (화) 11:46


 

김용수.jpg

<김용수 시인>


탄핵으로 몸살을 앓아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히 헌재의 탄핵인용 판결은 대한민국 국민을 온 세계 속의 민주주의 으뜸국민으로 인식하게 했다. 촛불시위의 위력! 그 위력은 대단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도하에서 잘못된 부위를 과감하게 도려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재의 이정미 재판관은 정유년을 장식할 탄핵의 시간을 맞이했다. 그는 8명의 재판관들이 양심에서 판단했었던 내용들을 차분하게 발표했다. 동사하나도 틀림이 없는 그의 음성은 온 국민들의 심장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떨리게 했었다.

 

그렇다. 우리국민은 해냈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 결과를 탄핵으로 이끌어 냈다. 썩어 문드러지고 부끄럽고 수치스런 국치의 시간을 끊어냈다. 인류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어쩌랴! 옥에 티처럼 잘못 된 위정자들의 놀이패에 말려든 태극기시위대를 어찌할 것인가? 뜻 모를 물음표만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정자들은 장미대선이라는 핑크빛아래 북새통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한 정권욕심으로 가득하다. 당파싸움을 하다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등 가장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수모를 당했던 지난역사를 잊어버린 듯 오로지 정권야욕 뿐이다.

 

온 나라를, 온 국민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서 반목과 갈등을 빚게 하는 위정자들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끝을 내야 한다. 촛불시위로 이뤄낸 대한민국의 위상을 노을처럼 아름답고 평온하게 물들게 해야 한다. 붉게 타는 노을은 하늘가를 곱게 아름답게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420년 전, 정유재란 당시의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 길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진 옥고를 치루고 옥문을 나선 이순신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나라를 위해 백의종군 길을 가야만했다. 그 길에는 오늘처럼 촛불을 든 백성들이 나라를 걱정한 나머지 이순신의 백의종군 길을 지켜보면서 그의 뜻에 부응했을 것이다.

 

오로지 백성들은 남쪽바다의 붉새처럼 하늘가를 붉게 물들이며 온 백성에게 희망과 평안을 주는 불패의 영웅, 이순신장군의 품에 안겼을 것이다. 어쩌면 그 당시의 역사를 닮은 듯 오늘의 역사도 예사롭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입김들이 거세어지고 있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통일되지 않는 국가, 남과 북으로 분단된 나라로써 매우 불안한 시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지난달이었다. (사)정유재란역사연구회는 고금도 명량해전(울둘목) 백파진 등 정유재란 당시 전적지를 탐방 했었다. 그들은 충무공의 충성과 충효의 숭고한 뜻을 새기면서도 묻혀버린 정유재란역사를 캐내는데 분주했다. 필자역시 당시의 충무공을 뒷바라지하는 백성들의 활약과 이름 없는 병사들의 행적을 쫒았다.

 

마침 명량해전 기념비가 세워진 우측 편에 판옥선을 수리하는 백성들의 조각품을 발견하고 그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뜻을 헤아려 보았다. 난리 통에도 깨지고 부숴진 판옥선을 수리하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참으로 대단한 백성들이었다. 탐방 길에서 쓴 필자의 졸 시를 게재해 볼까 한다.     

 

뒤로 넘긴 역사 420년
조선수군본영 고금도는
붉디붉은 북새가 떴다

 

덕동우물 벌컥벌컥 들이키며
휴우우우 숨 고르는 난민들은
수 닭 홰치는 소리
벽파소리를 듣는다

 

산위에 올라 붉새 바라보며
북새, 복새, 뿔새 불살, 불근살
그 뜻 그 믿음 되뇌고 읊조린다

 

충무공의 “약무호남 시무국가”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그 말
남바다 붉새가 물어물어 나르고
 
왜놈들 간장 비튼 한산대첩은
지구촌 해전사에 한 획 그었고
울돌목 물길 꿰찬 명량대첩은

왜놈들 수장시킨 고뇌의 바다로


조, 일, 명 3국이 교전한 왜교성 전투는
유정, 진린의 뇌물 꾀임으로 통분의 바다로

“한놈도 살려 보낼 수 없다”고 외치며


왜놈들 퇴각로 차단했던 노량대첩은
충무공이 전사한 죽음의 바다다 
옥문을 나선 백의종군 길
서럽고 슬픈 마음 비할 데 없다

 

정으로 권한 술
차마 사양할 수 없고
억지로 마신 술
취기어린 붉새로 떴다
 
난중일기서
“하늘도 캄캄했다”는 심정
“대낮의 해조차 색깔이 변했구나”의 통곡
남바다 곳곳을 찢고 찢는 울부짖음이었다
어머니 잃고 막내아들 면까지 잃은
이순신은 실성해 통곡 또 통곡 했다 
 
떠날 수 없는 남쪽바다서
목숨을 던졌던 이충무공
그 유해를 80일간 모셨던 고금도 월송대  
풀도 자라지 않고 장부의 가슴 도려낸다

 

푸른 달빛이 뿌리는 정유재란
묻혔던 역사 들추고
그날의 조각난 사연들
남바다 붉새로 뜨고 있다


(김용수/ ‘남바다 붉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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