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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칼럼) 가을 길을 걷는 사람들

기자명 : 오양심 입력시간 : 2016-11-06 (일)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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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칼럼)

가을 길을 걷는 사람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쓸쓸했다. 아니 상실감에 빠진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순실의 시대에 휩쓸린 위정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모두가 허탈감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채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무능함은 뒤로 하더라도 순실의 무당춤에 놀아났다는 그 자체가 울분을 토하게 한다.

 

시월의 마지막 날 오후 3, 온 국민들은 순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관이었다. 로펌사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대한민국검찰청사에 유유하게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국민을 우롱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서민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신발부터 옷, 가방에 이르기까지 온통 명품으로 휘감았었다. 기가 막히고 숨통이 멎은 듯 했다. 그것도 온 나라를 들쑤셔놓고 뻔뻔하게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로펌의 고급승용차에다 명품만을 휘두른 정치스타였었다.

 

온 국민들은 국민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조사실로 향한 그녀에게 동정의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옹호하고 비호하는 검찰 측의 행위를 못마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입국에서부터 긴급체포 할 때까지의 31시간과 그녀의 행적을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검찰의 활동상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 온 국민들은 가을을 만끽하면서 낭만을 즐기는 밤이어야 했다. 계절상의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시간이어야 했다. 다시 말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 나를 울려요처럼 온 국민은 슬픔의 무덤 앞에서 일어설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고 자극하는 계절은 아마도 가을이 아닐까 싶다. 이 늦가을에 비쳐진 대한민국 박근혜정부의 시련은 지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 살에 오르내릴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지폐 속에 그려진 신사임당을 좋아한다. 그 원인은 현모양처로써 당당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돈 가운데 가장 액수가 큰 것은 5만 원 권이다. 2009623일 처음 발행했는데 도안인물로 신사임당이 들어가, 역대화폐 가운데 여성이 도안으로 들어간 최초의 사례가 됐다. 이때 신사임당이 5만 원 권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특히 여성단체에서는 현모양처라 불리기 때문인지, 가부장제에 맞는 인물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신사임당은 알려진 것처럼 일반적인 현모양처라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한 여성이라고 전해진다. 보통 아는 것과는 달리, 조선 중기까지는 여성이 벼슬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남편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모습이었다. 특히 신사임당은 남편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재혼은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까지 한 여성이었다. 또 사임당의 철학, 생활방식은 아들 율곡과 딸 매창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유를 주었는데, 신사임당은 오히려 21세기에 맞는 여성상으로 비쳐진다. 1029일은 신사임당이 태어난 날이다. 이 시대에 걸맞은 여성상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날이다.

 

특히 신사임당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이룩한 예술적 성취 외에도 남편에 대한 적극적인 내조, 올곧은 자녀 교육을 통해 진보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선 시대를 통틀어 유교적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현모양처(賢母良妻)’의 표상으로 알려졌고, 오늘날까지도 자애롭고 현숙한 어머니의 이미지만 크게 부각되어 있다.

 

신사임당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로부터 글과 그림을 배웠다. 반가의 여성들이 익히던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 외에도 사서삼경(四書三經)과 통감(統監) 등 경전과 고전을 두루 읽어 한학에 정통했다. 그와 같은 학문적 소양 외에도 신사임당은 시문과 그림에 특별한 자질을 보였다.

 

더욱이 말투가 온화하고 얼굴빛이 부드러웠지만 남편이 실수하면 반드시 간곡하게 권유해 고치게 했고, 자녀들의 잘못은 엄히 경계하여 타일렀다. 주위 사람들에게 과실이 있으면 준엄하게 나무랐다. 미천한 노비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좋아하면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녀들에게 학문을 지도할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선 자신이 먼저 공부하여 이해한 다음에야 가르쳤다고 한다.

 

신사임당은 자신의 철학을 지니고 자녀들의 교육을 행하였고, 죽음에 이르기까지도 현모양처로써의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곁에는 항시 사임당 같은 어미가 있었다. 그 어미의 가을길이 그려진다.

 

늦가을햇살 비스듬히 눕혀두고 / 붉게 물든 저녁노을 등에 업은 / 산 너머 너머로 / 바다가 보이는 외길 / 소소리바람 부는 길 / 기러기 날아가는 길 / 그 길 따라 걸어온 길 / 아는지 모르는지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몽글몽글 피어나는 굴뚝연기 속으로 / 저녁밥 짓는 엄마 얼굴 짙어지고 / 설거지 하는 누이 손발 새하얗다 / 물빛그리움이 토악질하는 밤이면 / 갯벌 밭에 뿌려둔 일손들이 일어서고 / 갈색서러움이 달음질치는 낮이면 / 자식 밭에 매달린 발품들이 부산하다// 갯벌 밭 호미질도 / 뻘 배를 타는 힘도 / 바람에 끌리는 낙엽마냥 / 그 길 따라나서는 황혼길 / 가을의 길일까 / 어미의 길일까 (김용수의 가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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