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꼭지 젖꼭지
오양심
선문답을 하는
수행자가 있었어.
내가 시인이 된 그날부터
자작시라고 들려주더라고
꼭지 꼭지 젖꼭지
우리 엄마 젖꼭지 까만 젖꼭지
우리 누나 젖꼭지 분홍 젖꼭지
시(詩)는 단 세 줄이었어
내가 시답잖게 생각하며
피식 웃어도 개의치 않고
나를 만날 때마다
웃음 지으며 들려주더라니까.
오랜 세월이 흘러
이화원 호숫가에 앉았을 때
내가 나에게 물어 보았어
너는 왜 여기꺼정 와서 흘러가고 있니?
자유여신상을 뒤로하고
미끄러져 가는 배위에서도
내가 나에게 물어 보았어
너는 왜 여그꺼정 와서 떠돌고 있니?
사람들이 정처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행복과 불행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나는 육십갑자 丙申年 구월 초 닷샛날
섬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어.
안에서 바깥을 생각하는 사람아
바깥에서 안을 생각하는 사람아
엄마 젖꼭지는 까맣고 누나 젖꼭지는
분홍색이라는 그 시는 명시(名詩)였어.
우리는 지구 한 바퀴를 돌아
평생을 흐르면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거야
낳아주고 길러준 태(胎)를 젖꼭지를 찾아
평생을 떠돌면서 본향으로 가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