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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양심칼럼)우리말과 우리글

기자명 : 오양심 입력시간 : 2015-09-18 (금) 15:27

(칼럼)


오양심의 행복한 대한민국/ 우리말과 우리글


편집주간 오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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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書畵家 고바야시 후요 作


 [대한방송연합뉴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네 조상님들이 오랫동안 경험을 해 보니 서당에서 삼년을 지낸 개는 짧은 한문 정도는 하더라고 체득한 지식을 정리해 놓은 글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개들은 웰웰(wall wall)짖는다. 외양간의 소는 무(moo)하고 운다. 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두세 살짜리 아기가 조기 영어 교육을 받으면서부터 생긴 불상사다.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이성에 있고, 기본적인 양심에 있다. 창조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만들어 주신 우리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리글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변변치 못한 인물들이 ㄱ, ㄴ도 모르는 유아들에게까지 영어를 가르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나라꼴이 한마디로 가관이 되고 말았다. 막말로 고위공직자라고 지칭하는 작자들에게 논술문 하나 써내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도 말 한마디, 글 한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허다하다. 학교 교단에 서 있는 타 과목을 제외한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글의 종류쯤 알고 계실지 그리고 글 한줄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모국어를 빼앗긴 피점령국의 슬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공부보다 들판에서 뛰어노는 것이 더 신이 난 프란츠는 엄숙한 분위기의 교실 풍경에 놀란다. 교단의 아멜 선생님은 정장차림이다. 오늘 수업은 모국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무겁게 말한다. 전쟁에 패하자 프랑스어 수업을 금지당하여 독일어를 가르치게 된 것이다. 국어를 굳건히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선생님이 깨우쳐 준다. 프란츠가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다. 괘종시계가 12시를 알리고, 병사의 나팔소리가 울러 퍼지자 선생님은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써놓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수업이 끝난다.


우리 소설 중에도 이광수가 쓴 ‘상록수’가 있다. 박동혁과 채영신은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한다. 신문사에서 주최한 보고회 겸 위로회 석상에서 만나 동지가 된다. 동혁은 수원 고등 농림 학생이고 영신은 여자 신학교 학생이다. 기독교 청년회 농촌사업부의 특파원 자격으로 청석골로 내려간 채영신은 부녀회를 조직한다. 마을 예배당을 빌려 어린이를 위한 강습소를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장은 영신을 주재소로 출두를 시킨다. 강습소로 쓰고 있는 집이 좁고 낡았으니 학생을 조금만 가르치라고 엄명을 내린다. 무거운 마음으로 청석골로 돌아온 영신은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내 쫓는다. 아이들은 머리만 내밀고 담에 매달려 있다. 뽕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키가 작은 계집애들은 울고 있다. 영신은 창문을 열어젖히고 누구든지 학교로 와서 배우라고 한다.


우리의 말과 글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지각없는 부모들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마마(mama), 파파(papa)를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정치인이나 학교 선생님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하여 말과 글의 소중함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영어교육보다 먼저 국어교육을 사랑해야 한다. ‘마지막 수업’이나 ‘상록수’에서 보여준 모국어를 빼앗긴 불행한 일이 이 땅에서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 우리의 말, 우리글을 꾸준히 갈고 닦아 세계만방에 모국어를 꽃피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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