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223건, 최근 0 건
 

 

(권옥화 시) 어머니

기자명 : 최연순 입력시간 : 2016-03-23 (수) 14:10


 

엄마.jpg


<출처 :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Photo RMN, Paris-GNC media, Seoul>

 

[대한방송연합뉴스 최연순기자]

 

어머니


권옥화

 

어머니!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한 십여 년 천대를 받다가 천하보배인
저를 낳았다고 아버지가 말해주셨어요.
제가 첫돌이 지나자마자 당신은
한 스무날 시름시름 않다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저 세상으로 떠났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4살 되던 해였어요.
새어머니가 아기를 등에 업고 들어온 70년 전
그날부터 저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동생들을 제 손으로 키웠습니다.
한여름에 아기를 등에 업고 살았더니
등 떼기에 왕 땀띠가 나서 삼베적삼에
엉겨 붙었다가 떨어지면 피고름이 나고
아파서 악!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때마다 새어머니는 엄살을 부린다고
부작 대기로 인정사정없이 머리를 때려서
혹이 가라앉을 날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는
학교에 가는 날보다 결석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소죽을 쑤고
식구들의 세끼 밥도 도맡아 했어요.
엄동설한에는 냇가에서 얼음을 깨가며 빨래를 했습니다.
절구질을 해서 쌀 방아 보리방아를 찧었습니다.
저는 일이 힘들면 얼굴도 모르는 엄마를 생각하며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라는 노래를
울면서, 울어가면서 불렀습니다.
천옥희는 천대받고 사는 사람으로 인근에서
제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두고 죽으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저작권자(c)대한방송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2

언론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양성현 / 편집인:백숙기 / 등록번호 : 서울, 아02046 / 등록일자 : 2012년 3월 22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숙기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11-6 4층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3397-6689 /팩스 02)765-5009

Copyright ⓒ 대한방송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