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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수필) 이 또한 지나 가리의 추억

기자명 : 오양심 입력시간 : 2016-10-20 (목)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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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수필)

이 또한 지나 가리의 추억

 

가을이 깊다. 파란 하늘이 더욱 푸르다. 저 가을하늘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때로는 환희를 느끼게 하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쓸쓸함이나 고독감에 잠겨 어디론가 떠나고픈 충동을 느끼게 한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한 중년 여인이 낙안읍성 성곽 주변을 쓸쓸히 걷고 있었다. 그녀는 커피색 등산복차림으로 작은 배낭을 짊어지고 우수에 찬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낙안읍성을 찾은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빨간 베레모형 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시인의 집을 들어오면서 죄송하지만 물 한 그릇만 주실래요?” 라고 말했다.

 

필자는 그녀의 목마름을 알아차리고 목이 타는 그녀에게 물 한 그릇은 물론 꽃차와 간단한 음식을 제공했다. 약간의 요기를 마친 그녀는 시인의 집에 걸린 30여점의 시화를 둘러보았다. 그리고선 휑한 얼굴표정으로 마루에 걸쳐 앉아 필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시인 선생님! 저는 어릴 때부터 가을을 무척 타는 여자인가 봐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저 같은 여자는 봄보다도 가을을 더 타는 여자로서 오늘도 무작정 낙안읍성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 저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를 해 주십시오.”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고 난 뒤에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는지, 눈물을 닦으며 옷매무새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처한 사연을 털어 놓았다.

 

그녀는 남편과 이별한 지, 10여년이 지난 미망인이었다. 의사남편을 만나 슬하에 12녀의 자녀를 두었고 남부럽지 않는 가정환경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불행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것은 남편의 외도와 함께 숨겨진 여인 때문이었다. 그녀는 용서할 수 없는 배신감과 비애감에 젖어 하루하루를 소일할라치면 미움과 증오뿐이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으며 만사가 귀찮아 졌다. 또 그 증오는 남편과 그 여자를 죽이고 싶을 뿐 아니라 자신도 죽고 싶은 충동으로 바뀌면서 목적 없는 여행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그녀는 그런 생각이 짙어 갈수록 증오의 반지를 만들어 결혼반지를 끼었던 손가락에 증오의 반지를 끼우고 싶었다. 그 이유는 언젠가는 복수를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복수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반지 집을 찾았다. 그리고 반지에 새길 문자를 생각하는데 문득 이 또 한 지나가리라는 문구가 떠올라 그 글을 반지에 새기기로 했다. 어쩌면 복수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용서일지도 모른다. 아니 세월의 흐름 속에 묻어 버리고픈 심정이었다.

 

그렇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애매한 문장은 복수도 용서도 아닌 어정쩡한 글귀다. 단지, 모든 것을 잊고 세월의 흐름 속에 묻어버리고픈 그녀의 심정에서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친 문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구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철학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쓸쓸함도 외로움도 고독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극히 간단한 단어로 잊을 수 있고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가을타는 사람들에게는 잊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단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단어는 기쁨도 슬픔도 그 무엇도 세월 앞에 무디어지고 잊혀져 간다는 것을 암시하는 같다. 세월의 숫돌로 모든 모난 감정을 갈고 갈아볼 일이다.

 

//살을 찢고 애간장 타는 아픔이/가슴속에 새겨지더라도/이 또한 지나가리/환희와 기쁨에 찬 도가니 즐거움이/머릿속에 담겨지더라도/이 또한 지나가리/이별 앞에 번민하는 싸움이 치열할수록/당신의 말이 미워만 지고/이별 뒤에 따라오는 상처가 깊어질수록/당신의 정은 식어만 가리/만남과 헤어짐은/삶의 고리이건만/별게 아닌 것처럼/남에 일인 것처럼/아무렇게나 생각하지만/날마다 삶의 뿌리이고 열매이리/싫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험담 하지만/그것처럼 아픈 것도/그것처럼 슬픈 것도/이 또한 지나가리/꽃이 피는 봄이 찾아와도/줄기 무성한 여름이 찾아와도/단풍 드는 가을이 찾아와도/나목으로선 겨울이 찾아와도/이 또한 지나가리/사슬고리 엮는 악몽의 삶도/별이 되는 빛나는 삶도/이 또한 지나가리// (김용수 이 또한 지나가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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