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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수필] 인정사정 꽃피우는 움막에서

기자명 : 김종석 입력시간 : 2017-07-25 (화)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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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대자연의 품에 안기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먹거리 볼거리 등 휴식문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힐링문화를 찾아 자신의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끔 자연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그 자연인 중에는 별의별 사연으로 인해 사회를 등진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건강을 되찾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자연인들은 후자의 사람들이다.


실지로 대자연의 산속생활은 사람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맑은 물과 공기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현대의학에서도 풀리지 않는 불치의 질병들을 산속생활로 치유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산속생활은 대자연의 품에 안기어 삶의 근원을 찾는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수수께끼 같은 투병이야기들이 전해지는 요즘, 필자의 지난 삶이 떠오른다.


사람에게 있어 탄생과 죽음은 시작과 끝이나 다를 바 없다. 허약체질로 자라난 필자에게는 지난 삶을 기억하기조차 싫다.


“건강, 명예, 돈 중에서 돈을 잃은 것은 3분의 1을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은 것은 절반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전체를 잃은 것이다.”는 선인들의 옛말은 삶의 교훈이며 진리처럼 느껴진다.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필자는 50대의 젊은 나이에 시한부 삶을 살아야 했다. 폐 일부에 암세포가 비쳤고 주먹크기만한 공기주머니가 생겨났다. 피골이 상접된 몸무게는 40키로그램에 불과 했고 기력은 쇠진해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친구들은 물론 보는 사람마다 측은하게 생각한 나머지 동정의 눈빛을 보냈었다. 필자의 자존심으로는 견디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버티기도 힘들었었다.


하는 수없이 배낭을 꾸려 지리산속생활을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자살이라는 그릇된 마음과 함께 별의별 생각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자살만은 하지말자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갔다. 실오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서 동의보감에 쓰여 있는 약초뿌리와 백가지의 풀들을 뜯어 모아 물을 끓여 마셨다.


병든 마음에서 3개월의 시한부는 서럽다 못해 역겨웠다. 하지만 산속생활의 효과인지, 6개월을 넘겼고 1년을 넘겼다. 그 때부터 필자는 또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을 버리는 연습이었다. 버림과 비움을 아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즉, 시한부를 넘어선 덤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그 무엇이 필요 하겠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졌다. 하지만 가족과 처자식의 연은 끊을 수가 없었다. 필자에게 버릴 수 없고 끊을 수 없는 것을 묻는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이 가족이라는 둥지와 자식이라는 천륜이라고 말하겠다.


지금도 필자는 낙안면 평사리 용쟁이 산속에다가 움막을 짓고 산속생활을 한다. 시한부 삶은 넘겼다 해도 타고난 연약체질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물 맑고 공기 맑은 산속생활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산중에서 깨달은 삶 중 하나는 浩然之氣(호연지기)와 인정사정의 꽃 피우기다. 영화제목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덤으로 사는 삶, 그 매듭을 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요즘 산속움막에 통나무 방이 하나생겼다. 사랑방이다. 굴곡진 삶의 이야기가 물씬물씬 풍기고 사람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사랑방이다. 심신이 지친사람들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눌 수 있고, 쉴 수 있는 인정사정의 꽃을 피우는 방이다.


지인들의 기능기부로 지어진 방, 어떤 이는 미장을, 어떤 이는 목수를, 어떤 이는 나무와 자재 등의 나눔까지도 배려했다. 인정을 꽃피우고 사정을 꽃피우는 방에서 움막으로 이어지는 산속생활에 익숙해지는 여름이다. 삼복더위를 아량 곳 않고 땀 흘린 보람인가 싶다. 사랑방에서 흘러간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여유로움이 덤의 생을 더욱 값지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항시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갖자.


인정 꽃이 피었다 사정 꽃이 피었다/ 인정사정 꽃이 피어나는 움막은/ 식을 줄 모르고 딴청을 부리고 있다/ 끈적끈적 달라붙다 떨어질 줄 모르는 꽃/ 감정 꽃을 피우다가/ 온정 꽃을 피우고 있다// 혼자서 바로설 수 없고/ 기대어 버팀목이 되는/ 사람 人, 인정 꽃이 피는 것은/ 나눔을 아는 온정 꽃을 피우는 것/ 갑자기 밀려오는 고독덩어리/ 너 혼자서/ 나 혼자서/쪼갤 수 없는 무쇠덩어리로 굳어지는 것/ 홀로 가는 길/ 적막한 시간이 흐를 뿐/ 부대낌도/ 토라짐도/ 회색 그림자로 그립다// 혼자 걷는 길에서 쓸쓸함 알았고/ 둘이 걷는 길에서 다정함 배우며/ 함께 걷는 길에서 인정사정 꽃피운다// 한줄기로 흐르는 물꽃처럼/ 엉기고 기대어 살아가는/ 인정사정 꽃을/ 당신은 아는지/ 그대는 아는지


(김용수 詩/인정사정 꽃피우는 움막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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