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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월북 시도" 北 "불법 침입자" 엇갈려…진실공방 가열

기자명 : 김효상 입력시간 : 2020-09-26 (토) 08:53


북한이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사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그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에 자진 월북 의사를 진술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이름 정도만 언급하고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우리 군은 북한군이 실종자의 시신을 불에 태워 훼손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북측은 방역 준칙에 따라 부유물만 태운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북한이 보낸 대남통지문의 두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합참은 A씨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먼저 발견되고 약 1시간이 지난 4시 40분쯤, 약간의 거리를 둔 북측 인원에게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를 진술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의 설명은 80미터라는 세부적인 거리와, 합참에서도 언급한 부유물 등을 제외하면 이와 완전히 다르다.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는 문장 때문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A씨는 북한 측에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 둘 중 아무것도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을 설명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하였습니다."

'정체불명의 대상'은 A씨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참은 북한군이 공포탄을 발사했다거나, A씨가 북한군에게서 도주를 하려 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는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A씨가 북한 측에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합참의 설명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다만, 북한군이 실제로 공포탄을 쐈다면 A씨가 총소리에 놀라 반응을 보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유물로 몸을 가리려고 했다는 것 또한 이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끝에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준칙에 따라 십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합니다."

합참은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해군 단속정이 상부의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사격을 한 것은 맞지만 상부의 지시가 아니라 단속정을 지휘하는 정장의 결정이었으며, 이는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준칙'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최전방에서 '선조치 후보고'를 적용하는 것처럼, 북한군 또한 최전방의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규정을 통해서 현장 지휘관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했을 수는 있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북한군 지휘부가 면피를 하기 위한 이른바 '꼬리 자르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미터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 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국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합니다."


합참은 22일 오후 9시 40분쯤 북한군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해 그를 살해하고, 10시 11분 연평부대의 감시장비에 불꽃이 포착됐다는 이유 등으로 이 시간을 전후해 북한군이 A씨의 시신을 불태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설명은 이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사격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신을 찾지는 못했고 대신 혈흔만을 확인했으며 부유물만 소각했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 군은 A씨의 시신을 아직 찾지 못했으며 시신을 소각한 정황 또한 첩보를 통해 재구성한 상황이다. 따라서 '부유물만을 태웠다'는 북한의 설명이 사실인지 여부는 현재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군당국이 지나치게 섣불리 단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A씨는 평소 성실했고, 두 자녀까지 둔 40대 가장인 만큼 북한행을 택할 정도의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주변인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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