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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수필) 우림(友林), 고흥을 빛낸 석류 왕

기자명 : 오양심 입력시간 : 2017-06-08 (목) 05:17


 

김용수.jpg
      <김용수 시인>

붉은 노을빛이
갯벌 밭 헤집는 곳
빨간 석류꽃이
마음 밭 일구는 곳
그 동네 사람들
익어가는 석류 빛으로
그 동네 찾는 이방인
짙어가는 노을빛으로
쉼 없이 거침없이 익어만 가네
구름어부 붓끝 놀리고
뻘 밭 농부 삶을 읊조린
놀빛동네
석류동네
내일의 농심을 키우고 있네(김용수/ ‘노을빛 꽃동네’ 전문)

 

저녁노을 흥건하게 젖어드는 해변을 걷는다. 하루를 소일했던 햇님은 자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토하는 듯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하늘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그 이야기는 끝도 시작도 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지니고 있어 저녁놀을 바라보면 자신도 모를 서글픔이 번진다.

 

그 서글픔을 뒤로하고 오직 상록수적 삶이 영그는 마을이 있다. 전남 고흥군 과역면 노일리 외로 마을이다. 이 마을은 아주 작은 어촌마을로 석류재배단지다. 붉게 피는 석류꽃과 붉게 익어가는 석류열매처럼 붉은 삶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3일이다. “제6회 2017 대한민국 모범기업인 대상”을 수상한 유일한 농업인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농심을 키우는 우림, 김영문 씨였다. 전국기업인 중에서 유일하게도 농업인 수상자라는 세 글자가 눈에 띄었다. 사실 수상 팜플렛에 농업인이라고 소탈하게 올리게 했던 것은 그의 농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고 한다.

 

잠시 友林(김영문)의 삶과 외로 마을을 살펴볼까 한다. 그곳은 조그만 어촌이었다. 하지만 농심에서 우러나온 농민들의 끈적끈적한 정들이 서려 있다. 그래서 이방인들이 즐겨 찾는  마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유지해 주는 것은 오로지 농사밖에 없다며 농사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가꾸었던 석류재배에 관심을 갖고 심혈을 쏟고 있다.

 

외로 마을에서 석류를 재배하게 된 동기는 우림의 상록수적 삶의 철학이었다. 우림은 순천농림고등전문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서 곧장 자신의 태생지에서 각종묘목을 비롯해 유실수재배를 시작했었다.

 

그에 철학은 농심이다. 언제나 그는 “농심은 저녁놀처럼 아름답다. 그 농심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그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의 석류마을을 일구게 됐다. 지난 2015년에는 고흥군 석류소득 왕으로 선정됐었다.

 

항시 그는 말했다. 자신이 농촌을 떠날 수 없는 것은 순수한 농민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삶을 영글게 하기 위해서는 농민들 곁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의 농심은 어떠한 손익을 따지기보다 생명을 기르는 재미에 있는 것이다. 농촌을 떠날 수 없다는 그의 농심이 저녁놀처럼 붉고 아름답기만 하다.

 

몇 년 전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필자가 그 동네를 찾는 날은 석류나무에 밑거름한 날이었다. 그들은 필자를 반기면서도 자신들이 해야 할 퇴비시비에 여념이 없었다. 겨울 날씨임에도 농부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흘렀다. 까만 퇴비덩어리가 범벅이 되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해도 오로지 농사에만 전념했었다.

 

해질 무렵이었다. 붉게 타는 저녁노을이 갯벌 밭을 헤집고 있었다. 일손을 멈춘 농부들은 고된 하루해의 붉은 빛처럼 석류의 붉은 꽃과 열매를 가슴으로 익히면서 귀가를 서둘렀다.

 

그들의 저녁식탁은 그저 풍년농사였다. 붉은 석류꽃이 피어서 붉은 열매가 알알이 익어갈 때까지의 과정들을 열거였다. 더욱이 그들은 병충해의 예방법을 논의했고 판매의 유통과정을 논의 하면서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상기해 보자. 예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석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아마도 붉은 빛을 발하고 붉은 알맹이들이 다산과 다복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관심을 가졌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일까? 석류열매를 뜻해서인지, 가을을 석류의 계절이라고도 말한다. 꽃말도 완전히 잘 익어서 쫙 벌어진 채 빨간 속을 보여주는 완숙 상태로 가을을 상징하는 ‘완숙한 아름다움’을 뜻하는 ‘완숙미’다.

 

실제로 석류는 여성들과 노인들에게 직접적인 효능을 주고 있다. 천연 에스트로겐 성분은 여성 갱년기 증상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미네랄과 비타민 등이 들어 있어 피부를 투명하고 탄력 있게 가꿔 준다고 한다. 때문에 석류가 여성의 과일로 불리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또 과피에는 수렴(收斂). 지혈. 지사. 구충의 효력이 있어 한방에서는 구사리(久瀉痢). 변혈(便血). 대하. 봉루. 탈항. 출적복통. 회충구제 등에 쓰이며 민간에서는 천식. 백일해에 석류껍질과 감초를 섞어 달여 마신다고 한다.

 

어촌의 농심이 키워지고 익어간다. 우림의 철학이 붉게 피고 붉게 익어간다. 외로 마을은 온통 석류 빛이다. 아니 곱게 물든 노을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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