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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인 해산 가능" 엄포 놨지만…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예고

기자명 : 김효상 입력시간 : 2024-06-19 (수) 08:28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정원 증원 등 정부의 '의료 농단'을 저지하겠다며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에 나선 18일, 정부가 확인한 전국 병·의원의 휴진율은 약 15%에 그쳤다. 자체 파악한 결과, 진료를 중단한 회원이 약 50%에 달했다는 의협 측 추계와는 상당한 격차다.
 
집단행동 직전 당국이 집계한 휴진 신고율(4.02%)보다는 배로 높지만, 4년 전 코로나19 유행 당시 의대 증원을 좌초시킨 의료계의 초반 파업률(약 33%)과 비교해도 '반토막' 수준이다.
 
의료계의 불법 진료거부에 대한 '엄정 대처'를 강조한 정부는 의협이 이 같은 노선을 고집할 경우 '법인 해체'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한 신고 등 '법대로' 식의 강공모드를 지속할 방침이지만, 이른바 빅5 병원 등의 집단휴진 확산 조짐은 환자들의 불안과 당국의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는 각 지자체 공무원들이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병원 총 3만 6059곳(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14.9%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10일 진료 및 휴진신고 명령을 내린 의료기관(3만 6311곳) 대부분을 1차 파악한 결과다.
 
의료인프라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17.3%로 가장 높은 휴진율을 보였고, 서울(16.6%)과 인천(14.5%)도 15% 내외의 개원의들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에서는 대전(22.9%)과 세종(19.0%), 강원(18.8%)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휴진 참여율을 기록했다.
 
정부가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적용 기준으로 삼은 휴진율 30%를 넘긴 지자체는 한 곳도 없는 곳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전날 오전 9시를 기해 모든 개원가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병원들에 대해선 채증 절차 등을 거쳐 의사면허 자격 정지 등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의사들은 오전에 평시대로 진료를 하고 오후에만 쉬는 식으로 부분휴진을 하기도 해 '정상 운영'으로 오(吳)집계됐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또 관내 지역에서 유일한 필수의료과(科) 병원일 경우, 단 한 곳이 문을 닫아도 환자들에 미치는 파급력은 절대적이라는 맹점도 있다. 당국도 이러한 케이스는 꼭 지역 휴진율이 30%에 이르지 않아도 융통성 있게 행정처분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최종 휴진율 또한 시도별 현장 점검에 따라, 변동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해도, 의협이 이번 집단휴진을 "패망 직전인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규정하며 '역대급 단체행동'을 예고했던 점을 감안하면 15%는 다소 미미한 참여 규모다.
 
반면, 의협은 전날 서울 여의대로에서 진행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후 ARS·네이버 휴진 설정 등에 기반해 취합한 결과, 의사들의 휴진율이 50% 내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역대 의료파업 중 최고치를 보여줬다고도 부연해 정부 측 통계와는 큰 간극을 나타냈다.
 
의협이 당초 "이제 정부의 폭정을 막을 방법은 단체행동밖에 없다"고 별렀던 만큼, 정부는 향후 의사들의 투쟁 동력을 가늠할 첫날 휴진율이 과거 선례에 비춰봐도 저조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날 자료에서 "의협의 이번 집단휴진율은 2020년 8월 14일 당시 휴진율인 32.6%의 절반 수준"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당일 집회가 열린 여의도 인근 1차 의료기관 20곳을 돌아봤더니, '휴진'한다고 내건 병원은 두 곳에 불과했다. 헛걸음을 한 환자들은 일부 포착됐으나 다행히 '대란'이라 할 만한 현장 혼란도 감지되지 않았다.
 
의료계와 정부는 총궐기대회 참석 인원을 두고도 '4만 명(의협) 대 5천~1만 2천 명(경찰 측 추산)'으로 확연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정부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악화할 대로 악화한 여론을 등에 업고 의협 등을 향한 '법대로' 대응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권은 그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정부는 공공복리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부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들이 국가가 부여하는 면허를 통해 공급 제한 및 독점적 권한을 보장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의료인의 '직업적·윤리적 책무'와 '의료법상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질타했다. 환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일정을 연기·취소한 경우, 의료법 제15조상 금지된 '진료 거부'로 보고, 전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전날엔 불법 집단 진료거부를 '종용'한 것으로 보이는 SNS 글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극단적인 경우'라고 전제하면서도, 법정 단체인 의협이 휴진 주도 등 불법행위를 지속할 시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놨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은 전날 정부가 의대증원 재논의 등 의료계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 사태는 더 복잡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현재 의대 교수단체 등과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출범을 준비 중인 의협은 현 사태를 촉발한 의대정원 이슈는 물론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처분의 완전한 소급 취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사안 수정·보완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 한해서만 과거 행정명령 위반을 '없던 일'로 간주해 처분을 면제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잔 의료계 건의를 수용해 원칙을 거스르는 '결단'을 내린 만큼 더 이상 물러설 순 없단 취지다.
 
다만, 1만 3천 명의 전공의 중 대부분은 여전히 돌아올 기미가 없는 데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 중인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의대 교수의 휴진도 전체 빅5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당국에도 부담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울산의대 교수비대위가 예정 중인 집단휴진은 내달 4일 이후(최소 1주일)지만, 전날 벌써 의협 회원 자격으로 휴진에 동참한 교수가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가 공개한 통계상 전날 기준 아산병원에서 시행된 전신마취 수술은 총 72건으로, 1주 전 141건에 비해 48.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진료하는 가톨릭의대 교수비대위는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에서 추가 휴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에 소속된 성균관의대 교수비대위도 전체 교수 대상의 설문을 통해 조만간 무기한 휴진 관련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현행 '비상진료'의 큰 축인 공공의료기관도 일부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정부가 병상을 최대치로 가동하겠다고 밝힌 국립암센터는 전문의들이 꾸린 비대위가 향후 전면 휴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의 대응은 모두 내부에서 예측하고 준비했던 조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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