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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과거사 피해자에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적용은 위헌"

기자명 : 김조영 입력시간 : 2018-08-31 (금)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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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과거사와 관련해 내린 확정 판결의 근거 조항이 헌법 규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미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린 사건에서 다시 재판을 받는 재심(再審) 등의 피해회복이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가 30일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기존 사법체계의 근간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헌재가 만약 헌재법 68조 1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스스로 법원의 재판을 다시 심사할 수 있게 돼 헌법의 3심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백기완 통일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제기한 헌재법 6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취지는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 재판을 포함시킬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즉 ‘헌재가 재판을 취소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다.

헌재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기존의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헌재는 앞서 1998년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2016년엔 ‘위헌 법률에 근거해 법원이 판결했을 경우에 한해’ 법원 판결에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백 소장 등은 2016년 헌재 판단을 근거로 재판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함께 냈으나 헌재는 “청구인들의 사례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법원이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전제 하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니라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안창호 김이수 재판관은 각하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두 사람은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에 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헌재와 대법원의 역학관계는 형식적으로 기존의 지형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이날 헌재의 여러 결정으로 최근 양측 사이에 조성된 미묘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뒤집은 결정은 크게 두 사안이다. 하나는 ‘간첩조작 사건 등 국가가 조직적으로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민법에서 정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과거사 사건에 한해서는 민법 166조 1항, 766조 2항을 적용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민법의 두 조항은 각각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국가폭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제한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과거사 사건은 불법행위인 것을 안 날로부터 3년(766조 2항)을 소멸시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또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도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헌재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그동안 이 규정에 따라 한 차례 보상금을 받았으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양승태 대법원 시절 피해 국민에 대한 국가배상을 제한했던 판결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못한 근거로 이뤄졌다는 판명이 났다. 하지만 헌재는 당시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미 국가배상을 못 받도록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부별로 헌재 결정을 존중해 민사 재심을 열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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