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국내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었다. 불황에 잘 팔리는 경향이 있는 중고차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자동차 내수 부진도 길어질까 우려된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시장에 등록된 신차는 150만1050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2만1588대에 비해 7.43% 줄어든 수치다. 승용차는 131만7353대, 상용차는 18만3697대로 전년 대비 각각 5.52%, 19.16%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대부분 역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5% 감소한 45만6297대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약 3만 대가 줄어든 40만3328대로 집계됐다. 신차 효과를 보고 있는 르노코리아와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만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증가했다.
중고차도 판매가 줄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11월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215만88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18만1391대)보다 2만대 이상 덜 팔렸다. 트럭 승합차 등 영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상용차의 판매량 감소 폭(9.12%)이 큰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영업용 중고차 감소는 불황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내수 부진에는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오랜 경기 침체, 길어지는 고금리 기조, 높은 가계부채가 맞물리며 소비심리가 움츠러들었다. 국제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오른 것도 차량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신차 시장에선 하이브리드차, 액화석유가스(LPG) 차 등 이른바 ‘가성비’ 차량이 인기다. 하이브리드차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 덕에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PG 차 역시 휘발유 대비 30~40%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 경제성이 높은 차량이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비중이 늘었다.
전반적인 부진에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선호 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 지난달 국내 신차 순위는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등 중형 SUV가 1~3위를 차지했다. 출퇴근용과 레저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은 데다 내부 공간이 넓은 중형 SUV는 패밀리카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