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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사태’ 11년 만에 분쟁조정 "15~41% 배상" 권고

기자명 : 김효상 입력시간 : 2019-12-14 (토) 09:50


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재조사 1년 5개월 만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키코 피해 기업들에게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례상 인정된 불완전판매 책임을 은행들에게 물은 것으로, 실제 조정이 성립하려면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는 달리 분조위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나서지 않아 향후 배상 완료까지는 첩첩산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조위는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피해기업에게 키코를 판매한 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손실액의 15~41%(평균 23%)를 배상하도록 조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환헤지를 목적으로 은행과 다수의 키코 계약을 체결한 수출중소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막대한 피해를 봤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위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분조위는 키코 사태 당시 은행들이 불완전판매가 일어난 피해기업 구제 등 고객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다,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만큼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도 손실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정을 권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본 배상 비율은 30%다. 동양 사태 등 불완전판매 관련 기존 분쟁 조정 사례에 따른 것이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적용된다. 기본 비율에서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 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만기를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등은 배상 가중 사유로 뒀다.

전체 배상 규모는 255억으로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의 조정은 조정 성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존 판례를 전수 조사해서 분석해봤더니 키코 판례 평균 배상 비율은 26%였다. 이번에 4개 기업의 평균 배상 비율은 23%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조위가 10년도 지난 키코 사건에 대해 은행에게 배상 권고를 내린 까닭은 법적으로는 소멸시효가 지났을 지 모르지만 분쟁 조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분조위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 53조에 따라 "금융 관련 분쟁이 신청되면 소제기 사건 등 예외적 사유가 아닌 경우 사실 조사 등 분쟁 조정 절차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이라도 당사자의 임의변제가 가능하므로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조정 결정을 권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분쟁 조정은 민사조정법에서 정한 절차와 같이 당사자 사이의 상호 양해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기 때문에 배상 권고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영국 등에서도 키코와 유사한 파생상품 대규모 불완전판매에 대해 시효와 관계 없이 감독당국의 권고로 은행들이 배상은 한 사례가 있는 점도 금융당국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과거 자살보험금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2015년 ING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임의 지급이 가능하고 감독당국의 보험금 지급 조치 요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제공/그래픽=강보현PD)그러나 은행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분조위 권고가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분조위의 결정은 피해기업 4곳만 대상으로 해서 255억원 수준이지만, 이번 권고를 받아들이면 이후 추가 분쟁 조정 신청 기업이 몰려들 수 있어서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오버헤지를 한 기업은 150여개로 추산된다. 배상 규모도 수천억원 수준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상 액수가 150억원으로 가장 큰 신한은행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에 대한 배상 여부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며 "배상 결정을 면밀하게 검토해 결론이 나오는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되면 검토 후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DLF사태로 인한 제재와 CEO 연임 문제 등과 관련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 은행들이 분조위의 권고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기업으로 이뤄진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금융당국의 진정성 있는 노력 덕분에 키코 사태의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은행들이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기를 기대하고 이번 분쟁조정이 키코 피해기업에게 희망고문이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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